![[도서추천] 조현선 작가의 따뜻한 위로, 『나의 완벽한 장례식』 리뷰](/images/book/14.png?v=4)
[도서추천] 조현선 작가의 따뜻한 위로, 『나의 완벽한 장례식』 리뷰
죽음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다루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소설 리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 사실을 외면하며 살아간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무겁고, 두렵고, 슬픈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그런 선입견을 조용히 깨뜨리는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병원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나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범해 보이는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부탁을 듣고, 그 부탁을 대신 전해주거나 이루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판타지적인 설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작품은 이를 과장하거나 신비롭게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충분히 존재할 법한 사람들의 사연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각각의 의뢰와 사연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지막 한마디, 풀지 못한 오해, 끝내 건네지 못한 감사의 인사,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미안함 등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된다. 특별한 영웅이나 대단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든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많은 작품들이 죽음을 비극이나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는 반면,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을 하나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바라본다. 물론 이별의 슬픔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슬픔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독자는 무거운 감정에 짓눌리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남겨진 사람과 떠난 사람 모두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과 관계에 주목한다.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대로 미련과 후회를 남기고,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사람대로 그리움과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정나희가 해낸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고 있는가. 혹시 미루고 있는 사과는 없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도 결국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덮고 난 뒤 한 가지 생각이 오래 남았다.
‘나도 언젠가는 죽겠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막상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다. 만약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루지 못한 바람이나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다면 어떨까.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전하지 못한 채 떠난다면 어떨까.
소설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에게도 정나희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남기고 간 미련을 대신 전해주고,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부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 해야 할 말을 오늘 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작품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따뜻하다. 때로는 웃음이 나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남는 것은 희망과 위로에 가깝다. 사람의 삶이 끝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남긴 사랑과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잔잔하게 전해진다.
또한 조현선 작가의 안정적인 구성력도 돋보인다. 각각의 사연들이 흩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 역시 무리 없이 이어진다. 덕분에 독자는 복잡함 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으며,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자극적인 전개나 억지 감동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에 대한 소설이지만 사실은 삶에 대한 이야기다.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인 동시에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이며, 결국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조금 다른 시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을 것이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죽음 이후를 무섭지도, 두렵지도, 슬프지도 않게 그려내면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보여준 조현선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그런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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